69×34.3
드로잉&판화
1992
<도둑맞은 장바구니>(1992)에는 아침 출근길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는 근로자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장사람들의 모습 위로 만원의 지폐 한 장이 무겁게 놓여있다. 아이를 업은 엄마는 만원으로 장보기를 고민하고 있는 반면 만원 한 장쯤은 가볍게 웃고 넘기는 서양인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정부는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후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 저렴한 가격에 수입농산물이 유입되면서 1990년대 이후 국내 농가들의 어려움은 한층 더 커졌다. 88올림픽 이후 저렴한 수입물품의 유입은 급증했고, 1991년 라면의 편법 가격인상, 농산물 가격상승, 정부의 4대 공공요금 인상 등 국내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서민들의 고단한 생활과는 달리 당시 이러한 결정을 주도했던 정치인은 두 팔을 벌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