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는 이른바 한지작업 시기의 작품으로, 최종섭이 한국인의 무의식에 내재한 요소를 이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한지의 물성을 탐구한 일련의 작업들 중 하나다. 작가는 화면에서 종이를 자유롭게 찢거나 뚫어 비정형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반투명하게 비치는 한지의 특성을 이용하여 은은한 색조의 효과를 얻었으며, 아울러 한옥의 창틀을 연상케 하는 저부조를 더하여 화면 효과를 다변화했다. ‘Korea Fantasy’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작가가 한국적 풍토와 정서를 예술의 본질로 추구하는 가운데 한지 조형으로 일구어낸 결과물이다. 최종섭은 한지의 물성을 이용하여 한국적 추상을 창조한 화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