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161×30cm
조각
1989
<생명>(1989)은 작업 초기부터 ‘생명’이라는 주제에 천착한 특징이 나타난다. 청동으로 제작한 나무의 형상은 초기작에 속하며 좌우 양편에 둥근 바위의 형상을 위치시킴으로써 리듬감과 균형미를 나타낸다. 그러나 둥근 두 개의 바위 사이에 자리한 나뭇가지는 바위들 틈에 끼여 힘겹게 두 장의 잎사귀를 내밀고 있어 결코 평화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1980년대 대한민국이 처했던 억압된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고 있는 소시민들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나무는 비록 작고 초라해 보일지 모르나, 최선을 다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가 보여준 생명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연마되어 가는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