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210.5cm
한국화
1989
<산>(1989)은 통상적인 산의 이미지를 벗어난 독특한 면 분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동양의 자연관에 입각한 전래식의 산수화는 수려하고 웅장한 자연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지만, 그러한 외관과 함께 그 속에서 분출되는 강한 생명력이 같이 담겨져 있다. 그렇기에 그의 산수화는 세부묘사에 충실한 사실적인 자연미보다는 자연의 강한 기세와 기운, 위풍이 서려있는 정신성을 더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그의 산수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간략하게 생략된 형상으로 묘사된 소나무 한 두 그루는 구상세계에 대한 작가의 향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작가는 이를 “함축된 나무형태는 생명력의 표현이고, 핵심적 포인트 역할을 하는 나의 기호”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전래식의 산수화는 자연이 주는 웅장함, 그 태초적인 기운, 세월의 변화를 모두 감내한 위풍당당함도 있지만 동시에 영원의 세계에서의 정적감이 짙게 배어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전래식은 소위 말하는 이 세상의 모든‘경계’(境界)를 허물고 그 모두를 담고자 했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