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9cm
회화
1987
<구출>(1987)은 김원숙의 여성주의적 관점이 드러난 상징적인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는 짙은 푸른색 바다에 가슴 쯤까지 잠겨 있는 여성이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선박을 향해 양 손을 들어 SOS를 보내고 있다. 여성의 양 손에는 핸드백과 구두가 들려있다. 거대한 선체가 남성성의 상징이라고 할 때, 물에 빠진 여성은 남성에 의해 구출 당하기를 원하고 있는 듯 보인다. 곤경에 처한 여성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남성과 그렇게 구원 받기를 기다리는 여성의 삶이 오랜 기간 가부장제 사회를 유지했던 암묵적인 젠더의 관계성일 것이다. 그러나 김원숙은 여성이 뒤를 돌면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뭍을 그려 넣어, 또 다른 생존의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를 통해 모든 여성은 타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