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5cm
회화
1992
<땅 미륵>(1992)은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여인을 ‘중생을 구제하는 미륵보살’에 비유하여 그린 것으로, 제목이 암시하듯이 땅, 미륵, 여인은 서로 동일한 존재로서 그려지고 있다. 전작들에 등장한 농촌여인이 마을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은 이상적인 존재로 그려져 그 의미가 확장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김정헌은 ‘흙’을 순수한 생명이 만들어지는 원천으로 여기며 땅과 흙이 통합된 세계를 꿈꾸었는데, 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는 질경이 옆에서 또 다른 생명을 심고 있는 여성은 강력한 ‘생명’의 메타포, 그 자체로서 그의 이상적인 세계관을 실현시키는 도상으로 등장한다. 비록 땅은 인간이 소유하고, 지배하는 과정에서 온갖 갈등과 반목의 씨앗이기도 했지만, 그에게 있어서 여전히 땅은 민중을 지켜주는 존재이자, 지켜나가야 할 대상이다. 이 작품은 1993년 《땅의 길, 흙의 길》 전에 출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