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5×251.5cm
한국화
1997
<계곡>(1997)은 폭포와 함께 김호득이 가장 즐겨 그리던 소재 중 하나다. 그의 계곡 그림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물살을 직접 그리지 않고 비워둠으로써 그 세(勢)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흰색의 바탕 종이 면과 농묵의 검은 붓자국이 서로 부딪힐 때의 강렬함, 돌이나 흙무지를 한 붓으로 그려낼 때의 붓의 속도감이 물의 운동을 자연스레 연상하게끔 한다. 여기서 그가 대상을 크게 확대해 단일시점으로 계곡의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 시점이 먹의 층과 깊이를 거부하기 때문에 단일한 평면 내에서 사선의 강한 운동감을 표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김호득의 작품에서 계곡은 우아하고 고담한 멋을 지닌 감상의 대상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가진, 호흡하는 생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