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91cm
한국화
1991
<실향민 여씨 아저씨>(1991)는 근대화, 산업화의 기치 아래 개발 논리에 밀려 대대손손 살아오던 고향땅과 보상금을 맞바꾸고 쫓기듯 떠나야하는 여씨의 모습이다. 화면 상단에서부터 높은 아파트 단지가 몰려오고 있는 벌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작물들이 자라고 농민의 삶을 지탱해 주었던 터전이었을 것이다. 더이상 논, 밭으로의 생명력을 잃은 땅의 황량한 모습은 실향민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화면의 배경에 해당하는 풍경이 불명확한 형태와 흐릿한 색채로 표현된 반면, 하얗게 쇤 턱 수염, 깊게 패인 주름, 상실감으로 찡그린 미간 등 인물은 전통적 세필로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전통적인 인물 초상의 정밀한 기법과 내면의 표현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 사회상을 드러내는 풍경을 접목함으로써 동시대성을 획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