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53.7cm
회화
1988
<부다와 물고기>(1988)는 박인철의 초기 회화에서 나타나는 실존주의적 사상과 삶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어두운 붉은 색의 화면에 거친 붓질로 그려진 부처의 모습과 밝고 영롱하게 표현된 물고기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불교에서 물고기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로 밤낮없이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의 특성에 따라 수행과 구도(求道)를 상징하고, 둘째로는 부처가 물고기로 변해 배고픈 중생을 먹였다고 하여 중생 구제를 위한 부처의 자비 또는 희생을 상징한다. 이러한 부처와 물고기의 형상은 오랜 기간 방랑자로서 살았던 박인철 자신의 삶을 투영한 것이다. 제도가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들을 거부하면서, 타성에 길들여지지 않고 고독한 구도자의 삶을 살고자 했던 박인철의 정신과 거친 호흡을 유지하려는 미학적 태도가 동양의 종교관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