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4×80cm
회화
1988
<독신자와 나비>(1988)는 박인철의 초기 회화작품으로, 독특한 화면 구성을 보인다. 중앙의 붉은 원 안에 사슴의 머리장식을 한 등받이가 긴 의자와 중절모가 걸려있는 화분, 단순하게 표현된 침대가 부유하듯 그려져 있는데, 이는 독신자의 방을 나타낸 것이다. 원의 바깥으로는 화면 네 귀퉁이에 나비가 날아들고 있다. 침대와 나비를 상징적 의미로 연결하면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장자의 설화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이는 물아일체의 자유로운 경지, 즉 자연과 융화해 새로운 삶의 방식이 생긴 상태를 뜻한다. 또한 호접지몽의 설화는 “꿈이 현실인가? 현실이 꿈인가?”라는 질문 끝에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변화해도 내가 나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인철은 이 작품을 통해 정처 없이 부유하는 고독한 삶에 대해 말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굳건한 내면의 심지와 그로 인한 자유에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