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60cm
회화
1982
<복서 10>(1982)는 박흥순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로, 작가는 1980년대부터 권투선수의 승리한 모습이 아니라 주저앉고 쓰러지고 엎어지고 뒤로 넘어가는 패배의 모습을 그려왔다. 그는 선수가 넘어진 공간을 경기가 이루어지는 곳과 다른 장소로 배치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회색의 추상적 공간의 배경과 흰색의 링이 묘한 긴장관계를 이룬다. 공중에 떠 있는 복서의 모습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패배의 결말로 이어질 다음 상황을 예고한다. 관중도 없이 링 위에서 홀로 패배를 마주한 고독한 복서는 오로지 맨주먹으로 척박한 삶과 대결하는 모든 동시대 시민들의 고군분투의 모습이자, 불운한 현실에서 희망이 꺾이고 좌절과 추락의 속도를 경험하는 시대상황을 상징적으로 투영한다. 당시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직시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복서’라는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로 구현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