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44cm
회화
1984
<공작도시-붉은 지붕>(1984)은 1980년대 대표적인 시리즈인 ‘공작도시’ 중 하나이다. 이 시기 그의 작품에는 전작들에서 나타나던 향토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고층빌딩과 철문이 내려진 가게, 가지가 떨어져나간 나무, 판잣집이 밀집한 달동네나 변두리 풍경, 부산한 거리표정이 주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붓 대신 날카로운 나이프를 사용하여 속도감과 긁힌 자국을 표현함으로써 해체적인 이미지를 완성한 이 작품에서, 완만한 산비탈을 따라 주택들이 밀집을 이루고 있는 암갈색의 풍경은 회백색의 빌딩과 시각적인 대조를 이룬다. 그로테스크하게 비틀어 그린 도시의 풍경은 음산한 분위기를 강하게 전달하며, 화면 전체에 얼룩진 거친 스크래치는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우울하고 무거운 심리상태를 시각화한다. 이처럼 손상기는 강한 표현주의적 작업 태도를 통해 공작정치로 정권을 유지하던 당대 한국 사회의 이면을 표현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