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38cm
회화
1972
<밤길>(1972)은 1972년에 제작된 네 점의 <밤길> 시리즈 중 하나이다. 길, 지평선, 달만 그려진 푸르스름한 배경을 뒤로하고 길을 따라 걸어 나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두 인물의 배치가 의미심장한 심리적 공간감을 불러일으킨다. 지평선 뒤로 사라지는 ‘길’과 돌출한 ‘인물’ 형상이 만드는 공간감은 <나의 길>(1977), <피난길>(1978), <황천길>(연도미상) 등 초기작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구도로서, 주로 가족에 대한 회상이나 시공간적 거리감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려졌다. 이러한 구도는 1980년부터 제작하는 <한국근대사> 시리즈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며 돌출된 “주제형상의 엄청난 ‘말’에 모종의 ‘침묵’을 결합”(작가 박찬경)시키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시대의 암울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중 가장 앞선 시기에 제작된 <밤길>은 신학철 그림의 심리적, 형식적인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