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56cm
회화
1982
<한국근대사 6>(1982)은 기이한 형상들이 모여 기다란 코카콜라 병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흑백의 극사실주의적 기법으로 그린 작업으로, <한국근대사-5>와 내용적으로 연결된다. 맨 아래에는 얼굴 없는 나체의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있고, 그 위에는 젊은 남자들의 찡그린 얼굴과 늑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 속을 뚫고 나온 건장한 두 팔은 불룩 돌출된 몸통을 날카로운 칼로 찌르고 있으며, 그 위에는 둔부와 혀를 내민 입이 넋이 빠진 듯한 얼굴들을 받치고 있다. 코카콜라 로고와 함께 마치 상표처럼 보이는 얼굴들의 주인공은 1982년 희대의 어음사기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장본인들(장영자, 이철희)로, 당시 정권의 부정부패 스캔들을 상징하는 도상이다. 병의 상단부는 미스비씨, 야마하 등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천으로 감싸여 있는데, 거기로부터 나온 근육질의 두 팔은 마치 허물을 벗어버리려는 듯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작가는 한국근대사의 질곡을 표현한 알레고리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고자하는 ‘힘’을 표현함으로써 고통 속에서 역사를 일궈낸 민중을 형상화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