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71cm
회화
1983
<황혼>(1983)은 도시의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소재로 등장했던 인간의 ‘몸’이 농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도시 공간과 농촌 공간에서 몸을 묘사하는 방식의 차이는 명확하다. 도시를 배경으로 삼는 작업에서는 무기물인 기계와 결합한 차가운 색조의 몸이 등장하는 반면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는 유기물인 나무와 결합한 따뜻한 색조의 몸이 나타난다. 작품의 배경을 쓸쓸하리만치 황량하게 묘사하면서 시간성을 초월한 듯한 공간으로 그려내는 특징은 <한국근대사-9>(1983), <대지>(1984) 등과 같이 1980년대에 제작된 작품 전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배경 구성은 기묘한 몸의 형상을 공간 속에 고립시키면서 관람자의 감성과 감각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두고 동료작가 주재환은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작품 전반에 흐르는 비애의 분위기는 척박한 땅을 바라보며 홀로 서있는 여인의 처연함을 통해 한층 강화되며, 이는 급격한 도시화로 불거지게 된 이농현상과 피폐화된 농촌의 절박한 상황을 직시하게 한다. 이처럼 신학철은 당시 농촌이 직면했던 안타까운 현실적 상황들을 서정적 감성이 담긴 시선으로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