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53cm
회화
1984
<한국근대사-서울탑>(1984)에는 서울의 고층 빌딩 숲이 매우 작게 보일 정도로 하늘로 우뚝 솟은 마천루가 등장한다. 여성잡지, 광고 이미지 등이 콜라주 되어 있는 서울탑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상승을 위해 몸부림치는 계층들 뿐 아니라 그칠 줄 모르는 인간 욕망이 집약되어 있다. 탑의 중앙 장미꽃 사이에는 화목한 중산층 가족이 선풍기를 배경으로 후광(nimbus)을 띈 성인의 모습처럼 제시되어 있다. 밝은 색의 옷을 입고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이들은 마치 도달해야 할 이상적인 모델처럼 성스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이를 기준으로 아래쪽에는 식욕과 성욕을 상징하는 원초적인 욕망의 이미지들이 육감적으로 얽혀있고, 탑의 상층부로 갈수록 사회적인 안정감, 물질만능주의, 정복욕을 표상하는 이미지들이 하늘 끝까지 솟아 있다. 위협적인 무기들로 완성된 견고한 탑은 욕망의 종국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을 소환하는 현대판 바벨탑이자 경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