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9cm
회화
1986
<한국근대사>(1986)에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 휘황찬란한 공중누각이 떠있다.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미인의 대명사, 미스코리아들은 어깨띠를 두르고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으며, 그 양 옆에는 전통 춤을 추는 여성들의 무리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휘황찬란한 꽃이 떠받들고 있는 누각의 최정상에는 이들에게 수여하는 황금색 왕관이 빛나고 있다.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여성성은 두 눈이 거대한 다이아몬드로 대체된 채, 탐욕과 권력의 시선으로 그들을 응시하는 남성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 반면 누각의 중앙부에는 다채로운 음식들이 여성의 신체들과 함께 제시되는데, 이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식욕과 성욕을 상징한다. 누각의 하단부에는 서울을 초토화시킬만한 각종 무기류가 도시를 향하고 있으며, 이는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욕망을 시각화한 <한국근대사-서울탑>(1984)보다 더욱 공격적인 태세이다. 결국 하늘로 향하던 욕망의 탑은 위아래가 전복된 채 우리가 사는 터전을 겨눈 셈인데, 무기들의 열린 포문과 떨어지고 있는 미사일은 끝없는 욕망의 자업자득을 형상화하며 그 종국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