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59cm
회화
1987
<상황 871>(1987)은 1980년대 발표한 <상황>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서, 당시 시대 상황을 도시에 초점을 맞춰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이 제작된 1987년은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막바지 도시환경 정비에 박차를 가한 시기로, 도시미관을 해치는 빈민촌은 철거되고 올림픽 성화 봉송로 주변에 살고있던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강압적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는 듯이 어두운 밤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는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원경에는 도시정비를 마친 빌딩 숲이, 근경에는 완만한 산등성이를 따라 우후죽순 들어선 낡은 주택들이 들어서있다. 산의 등줄기로부터 힘차게 뻗어 나온 강렬한 붉은 색의 팔은 마지막 절규를 하듯 간절한 손짓으로 하늘을 향하고 있다. 앙상하고 거대한 팔은 도시에서 밀려난 계층을 상징하며 이들이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