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32×31cm
조각
1984
<응시>(1984)는 주제와 제작 동기의 측면에서 가장 강렬하게 시대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인간의 응축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지친 기색으로 한쪽 어깨를 떨군 청년은 고개를 길게 빼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흐린 눈빛과 축 늘어진 팔과 다리, 구부러진 허리 묘사는 복합적인 청년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심정수는 이 작품에 대해 “저기서 경찰들이 뛰어오는 걸 보고 쫓겨 다니면서 숨어서 이렇게 보고 있는” 청년이며 “나가서 싸우지 못하지만 저쪽을 바라보면서 울분에 사로잡혀 있는” 그의 내면을 표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삶의 리얼리티에서 출발한 <응시>는 서구 아카데미즘식의 인체 조각과는 다른 맥락에 있으며, 우리의 정체성이 담긴 조형성을 찾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와 실천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