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90cm
회화
1988
<노인>(1988)에는 찡그린 표정의 노인이 어두운 배경 속에 검은 옷을 입은 채 앉아있고, 인물의 고된 삶을 짐작하게 하는 얼굴과 손에는 강한 빛이 비춰져 연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의 모델은 1983년에 목탄 소묘로 제작한 <어부>의 모델과 동일하며, 어업에 종사했던 실존 인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면을 향해있는 노인은 당당한 자세로 캔버스 바깥을 응시하고 있어, <걱정의 시간>(1983)에 등장하는 인물과는 다른 태도로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인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며 해부학에 몰두한 시점에 제작되었기 때문에 1980년대 초에 제작한 인물화에 비해 살결, 주름, 근육 및 혈관 묘사가 한층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게 묘사되었다. 강한 명암 대비를 통해 드러난 얼굴은 그동안 살아온 질곡의 세월을 짐작하게 하며 동시대 서민들의 역사를 반추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