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90cm
회화
1983
<걱정의 시간>(1983)은 안보선이 그린 인물화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1980년대 한국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인물상을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 그린 것이다. 구겨진 흰 옷을 입고 앉아있는 익명의 노인은 타들어가는 담배를 한 손에 쥔 채 상념에 잠겨있고, 처연한 낯빛과 거친 살결, 여기에 더해진 극적인 명암 대비는 근심 어린 노인의 심정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어두운 배경에는 사람 형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노인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어 긴장감과 불안감이 배가된다.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며 걱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의 형상은 그 시대를 산 보편적인 인간의 삶 뿐 아니라 역사적인 시간까지 체화하여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