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54.5cm
회화
1989
“만일 이제까지 나의 작업을 어렵게 했던 문제가 계급적인 갈등에서 생긴 것이라면 나부터 먼저 이를 풀어보자고 생각했고, 그림에서도 계급적, 계층적 차이, 상이한 미의식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만한) 어떤 소재를 선택해보려는 과정에서 (저는) 산이나 자연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 작가의 말 1989년에 제작한 세 점의 <나무> 시리즈는 달동네, 공장지대와 같은 생활 주변의 풍경으로 향해있던 이상국의 관심이 자연 풍경으로 옮겨가던 시기의 작품으로, 대상을 해체하여 그것의 근원에 다다르고자 했던 작가의 추상 의지를 발견할 수 있는 작업이다. 단순한 소재만으로도 자신의 개념과 감정, 경험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자연을 그리면서도 그 시대를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나무는 지속적인 탐구의 대상으로, 작가는 그 속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아내고자 했다. 갈색의 바탕 위에 한지를 콜라주하여 완성한 <나무>(1989)와 노란 바탕의 <나무-옐로우>(1989)는 현장을 스케치하고, 그것을 목판화에 새긴 후, 다시 유화나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기초로 제작한 것으로 나무줄기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푸른색의 점에는 강한 기(氣)가 응집되어있다. 나무에 찍힌 점들은 시대의 아픔, 상처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시대의식을 시적인 정서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의 조형방식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