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1cm
회화
1993
‘밥상’ 시리즈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던 농촌의 현실을, 사물을 통한 은유적 표현으로 대체하는 이종구의 변화된 작품 경향을 보여준다. 실제의 오브제를 바탕으로 활용하고, 그 위에 정교한 극사실기법을 사용하여 그가 표현하고자 한 리얼리즘은 식구들이 둘러 앉아 따뜻한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밥상문화 그 자체였다. <밥상-파종>(1993)과 <밥상-세 그릇>(1993)에서 보듯이 실제 밥상으로 쓰이는 나무 반상 위에 진흙을 짓이겨 바른 표면 위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정교하게 그려진 쌀 종자, 깨진 그릇 파편, 수저가 놓여있다. 농민에게 ‘밥상’은 한 해 동안 수고한 노동의 결실이자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그 위에 바른 ‘흙’은 땅에 대한 농민들의 경건한 믿음을 상징하지만,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한 채 흩어진 종자들과, ‘수(壽)’, ‘복(福)’이 쓰여진 깨진 그릇들은 그것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 현실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런히 놓인 수저는 어려운 현실에서도 가족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이종구의 믿음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