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160.5cm
회화
1987
<카페>(1987)는 구조적 갈등과 폭력 그리고 욕망이 공존하는 도시의 공간이다. 이러한 도시 풍경을 압축시킨 카페 내부에는 촛불이 환하게 실내를 비추고 있고, 권위적인 인물들의 경직된 만남과 평범한 남녀의 자연스러운 교제, 비밀스런 거래의 현장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이 발견된다. 중앙 테이블에는 세 남성이 제복을 입은 권력자 앞에서 눈을 감은 채 앉아있고, 작품 하단 좌측에는 황금을 사이에 둔 채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는 두 남성이 보인다. 서양 고전미술에서 백합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금력과 야합하는 인물상 옆에 그려진 한 송이 백합은 반대로 이들의 부정을 부각시키는 기호로서 등장한다. 한편 바 좌석에는 이러한 권력사회의 희생자인 듯이 보이는 한 남성이 깊은 우울감과 자괴감에 빠진 듯 쓰러져 있는 반면, 그의 주변 사람들은 무관심한 모습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 이들은 독립적인 동시에 상호연관 됨으로써, 이 남성이 느끼는 좌절감이 우리의 사회에 존재하는 모순과 폭력,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난간에 붙어있는 그림 속의 쫓기듯이 달리는 남성의 모습은 평범한 일상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당대 사회의 민낯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