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0cm
회화
1997
<정안수>(1983)는 ‘정화수’의 전라도 사투리로, 같은 시기에 동일한 종이부조 기법으로 제작한 ‘밥상’ 시리즈의 ‘음식’들을 우리 선조들이 소원을 빌 때 사용한 ‘정화수’로 치환한 작품이다. 당시 작가는 정치적인 이유로 정부에 강제로 작품을 압수당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냈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일종의 대비책으로서 제작한 것이다. “엄마가 나를 생각하고 정안수를 놓고 빌듯이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빌었다”(작가의 말)는 내용을 담은 정화수는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원근법의 일종인 ‘앙시법(仰視法)’을 사용함으로써 작품 속에 소원을 비는 행위자와 관람자의 시각을 일치시킨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이 사랑하는 가족, 나라와 민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떠 놓은 정화수의 메시지는 관람자에게로 전해져 각자의 바람을 기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