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120cm
회화
1987
<우리들의 자화상>(1987)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 시각으로 설정하여 ‘우리들’이라 칭했으나, 화면 속 네 명의 인물은 모두 동일한 한 명의 인물, 작가이다. 1978년 제작한 <자화상>과 같은 형식으로 임옥상은 자신의 형상을 증식시켰다. 이전 작품에서 이십 대 피 끓는 청년이 지닌 날카로운 시선과 의지를 보여주었다면 1986년 삼십 대 중반이 된 <우리들의 자화상>에서 나타난 그의 모습에는 표정이 없다. 군에 입대한 이십 대 청년의 모습은 예비군과 직장인을 거쳐 민방위가 된 중장년의 모습으로 변모하며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공감대를 형성할 남자의 일생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비록 타오르는 불꽃같은 강렬한 눈빛은 사라졌지만, 그는 잔잔하게 멈추지 않고 여전히 증식해 나가며 세상과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