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0cm
회화
1987
<우루과이 라운드 보리고개>(1987)는 1986년 6월 세계 각국이 우루과이에 모여 관세 및 무역에 관한 회의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 회의를 출발점으로 타결된 협정으로 농산물 수입제한 품목이 크게 철폐되면서 대한민국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민중미술가들은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작업을 다수 제작하였는데, 이 작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하였다. 작가는 4년 전에 제작한 <보리밭>(1983)과 동일한 인물과 구도를 차용하고 그 위에 표어와 문구를 넣어 선전 포스터의 형식을 강조하였다. 스스로 “작품을 이용한 포스터”라고 밝히기도 한 그는 “우리 자신의 눈으로 우리 스스로의 삶과 역사를 보고 읽는, 눈 밝은 디자이너의 출현”을 기대하며 이 작품을 제작하였다. 화면의 상하에는 식량이 자본과 결탁하여 무기가 될 수도 있는 세태에 대한 우려와 한탄이 담겨 있는 문구들이 보이고, 보리밭 사이에는 뙤약볕 아래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가진 농부가 우리에게 이러한 현실에 대해 반문하듯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