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131.5cm
회화
1987
<얼굴> 시리즈는 전병현의 파리 유학시절 작품으로, 그는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세자르에게 수학하는 한편, 당시 파리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던 이응노에게 찾아가 한지나 먹 등 동양의 재료와 기법을 배웠다. 전병현의 작업 전반에 나타나는 동서양의 정서적 조화는 이 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두 점의 <얼굴>은 동일한 대상을 그리고 있지만 기법과 표현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1986년 작품은 콜라주한 종이 위에 물감을 뿌리듯 거칠게 사람의 얼굴을 선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미지를 해체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의 과도기적인 경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년 후에 제작한 동명의 작품은 색면 위에 유사 색들로 변화를 주고 거친 붓질에 의한 물감의 마티에르로 인물의 표정이 드러나게 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작품으로부터 거리를 둘수록 화면에는 얼굴 형상이 드러난다. 습식 벽화처럼 두터운 질감은 이 시기 작업의 특징이다. 이와 같이 재료와 기법의 변화만으로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작품들을 통해 전병현의 다양한 회화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