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5×188cm
회화
1989
<빛의 소멸>(1989)의 원제는 ‘Eclipse’로 태양을 가린 달의 전면에 등장하는 인간상은 소용돌이처럼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자연에 둘러싸여 어딘가를 우두커니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무렵부터 드로잉과 유화로 발표한 ‘행성(planet)’시리즈에도 동일한 소재와 인간이 등장하고 있어 표현형식이 다르더라도 개념상 유기적인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붉은빛과 어두운 빛의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공간 속에서 익명의 인물은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쪽으로 그대로 고개를 돌려 태양빛의 타는 듯한 붉은빛을 그대로 얼굴에 비추고 있다. 대자연의 불가항력적인 섭리 속에 서 있는 인간은 담담히 그 상황에 순응하며 자신의 실존을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