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54cm(×2개)
회화
1986
<소라게 II>(1986)는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제작한 1980년대 전수천의 대표적인 시리즈 중 하나로 작품의 원제는 ‘Pagurian II’이다. 붉은색, 청색, 흑색이 강렬하게 충돌하는 화면은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베트남전 참전, 일본과 미국으로의 유학 등으로 오랜 세월 타지에서 생활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자문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를 작품에 표출시켰다. 작품명 ‘소라게’는 갑각류의 껍질에 살아가는 일종의 ‘기거충(寄居蟲)’으로, 작가는 이러한 소라게의 모습에 자기 자신과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이입시켰다. 표현주의 성향이 짙은 강렬한 푸른색 소용돌이 속 어딘가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것 같지만 그 실존을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한데, 이는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유랑하는 현대인의 불안하고 혼돈스러운 삶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