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83cm
회화
1989
<언젠가 거인은 온다>(1989)의 원제는 ‘Someday giant will come here’로, 여기서 거인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거대한 인간 뿐 아니라 인류 역사 속의 거장(巨匠)을 포괄하는 의미로까지 확대해서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시간의 흐름과 자연재해로 인해 파편화된 그리스 조각상을 보고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극복할 수 없는 숙명적인 무언가를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그는 인간의 근원과 본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이를 주제로 작업을 전개하였다. 강렬한 푸른색과 역동적인 터치감이 더해진 화면 곳곳에는 사람들이 그림자와 같이 흐릿하게 그려져 있고, 정 가운데 나타난 거대한 형체는 머지않아 출연할 거인을 암시하고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붉은 윤곽선으로 표현된 인간은 나약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으며, 왼편에 자리한 굵고 단단한 검은 기둥은 그 어디로도 나갈 수 없는 출구를 가로막은 철벽과 같이 보인다. 시간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역사는 거장들에 의해 쓰여지고 인류 문명은 발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봉착하는 한계는 바로 그가 발견한 인류 보편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