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24cm
드로잉&판화
1983
<떠도는 가족>(1983)은 민주화 운동의 효과적인 선전을 위해 판화를 활발히 제작하던 시기에 제작한 작품으로, 칼자국의 강렬함과 흑백의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작품에서 홍성담은 도시정비사업, 주택건설과 같은 국가주도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고향을 떠나 끝없는 유랑을 겪어야했던 소외된 이들을 주제로 삼았다. 다섯 명의 가족 구성원이 가진 짐은 고작 보따리 두 개뿐이며, 이는 개발의 논리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서민들의 비참한 삶을 암시한다. 떠돌이 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들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잠시나마 쉬고 있지만 그마저도 불편해 보인다. 단순한 선으로만 묘사되었으나 이들이 지고 있는 삶의 고단함은 생생하게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