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80cm
회화
1995
<고풀이>(1995)는 망자(亡者)가 순탄하게 저승길로 가도록 비는 전라도 지역의 씻김굿의 한 과정이다. ‘진혼(鎭魂)’이란 주제는 홍성담 뿐 아니라 그가 가담했던 소집단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가 활동 초기부터 다뤄온 중요한 개념으로, 이들은 1980년 7월에 5.18 영령을 위한 진혼굿 형식의 야외전으로 창립전을 치르며 민중미술운동을 시작하였다. 진한 붉은 배경 속에서 흰 옷을 입은 무녀는 죽은 자의 넋을 달래주기 위한 제의적 기능의 춤을 추고 있다. 고풀이에서 ‘고’는 본래 매듭이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해 한 가닥을 고리 모양으로 잡아 뺀 것을 일컫는 순우리말로서, 시신을 묶는 매듭이자 이승에서 풀지 못한 원한을 의미한다. 화면 하단에 적힌 ‘삼에 석자 일곱 매듭’이라는 문구와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무녀는 기둥에 일곱 매듭 ‘고’를 묶어 놓았다가 하나씩 풀어가는 살풀이를 통해 지난 역사 속에서 스러진 수많은 영혼들을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