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00.5cm
회화
1990
<날개 908>(1990)은 캔버스 위에 나무판자를 부착시킨 후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조합을 그려넣은 것으로 홍순명이 다양한 매체를 시험해 보던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는 민머리 두상이 묘사되어 있고, 두상의 양 옆에는 신체의 일부인 손이 부착되어 있다. 손가락 형태는 작품의 제목과 같이 날개를 연상시키며, 제목과 소재 간의 시각적 유사성을 뒷받침한다. 이로써 두상과 손을 결합한 이미지는 신체가 아닌 그 어떤 새로운 대상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미지의 부분별 재조합과 이질적인 결합은 이후 홍순명의 작품 세계에서도 주요한 기초가 된다. 한편, 작품에 묘사된 날개는 죽음을 의미하며, 날개와 함께 등장하는 두상은 살아간다는 것이 죽음도 삶도 아닌 그 중간쯤의 영역에 걸쳐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세계관을 은유한다. 또한, 머리를 깎은 모습의 인물상은 불자(佛子)들이 겪는 고행과 같이 예술에의 고행을 의미한다. 즉 여러 가지 상징을 결합한 이 작품은 고행으로 가득 찬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