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3cm
회화
1989
<물지게꾼>(1989)은 형식이 아닌 내용으로서의 리얼리즘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물이 가득 찬 지게를 양 어깨에 메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남자의 뒷모습은 고독하기 그지없으며, 저 멀리 메마른 산의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돌계단들은 이 물지게꾼이 걸어가야 할 길이자 탄광촌 사람들의 척박한 현실을 암시한다. 작가는 색채 선택에 있어 샛노란 하늘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흙빛으로 풍경과 인물을 그려내고 붓 대신 나이프를 사용함으로써 강렬한 터치감을 더하였는데, 이는 “진실성이 진정한 힘을 가지려면 형상에 울림이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대상의 사실적 묘사를 넘어 화면 전체를 통하여 주제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