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31cm
회화
1992
<이미지의 삶과 죽음 1>(1992)은 프랑스 철학자 레지스 드브레(Regis Debray)가 1992년 발간한 동명의 단행본 제목으로 제작된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레지스 드브레는 ‘매개론(Mediology)’을 제창했는데, 그것은 대중매체를 통해 생산된 이미지가 어떻게 실재를 재현하고, 그것이 어떻게 실재를 대체하면서 대중의 의식에 침투하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였다. 박찬경은 이런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1991년 4월 29일자 신문에서 전남대학생 박승희의 분신 사건을 다룬 보도사진을 선택했다. 사람이 화염에 휩싸인 충격적인 이미지는 사건을 둘러싼 맥락들을 모두 뒤덮을 정도로 강렬했고, 당시 정권비판에 동조하는 많은 이들의 분신자살이 잇따랐으며 이 일로 생명의 존엄을 주장하며 학생운동의 극단적인 시위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찬경은 같은 시리즈 6번째 작품에서 동일한 사진을 사용했으며, 10번째 작품에서는 텍스트만을 차용해 실재를 대체한 이미지의 힘을 증명했다.